배다리 나비날다책방 이사 프로젝트
미국 한 서점의 사례 인천서 재현돼
‘좋아서’ 파주·제주에서 온 사람들
지자체 축제 엉뚱한 ‘축하공연’ 일쑤
구도심과 관계 맺기 이렇게 하는 것
지난 26일 인천 동구 배다리마을 나비날다책방의 이사 프로젝트 ‘책 나르샤’가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며 마무리됐습
알라딘릴게임 니다.
지난해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인구 5천400여명의 작은 도시 첼시의 서점 ‘세렌디피티(Serendipity) 북스’가 다른 장소로 이사할 때 시민 300명이 ‘인간 띠’를 만들어 책 9천100권을 손수 옮긴 기획에서 착안한 프로젝트입니다.
미국의 문화 기획 프로젝트를 국내에서 실현하기란 쉽지 않았을 겁니다. 마침
골드몽릴게임 나비날다책방은 여러 여건이 맞아떨어졌습니다. 나비날다책방 청산별곡(권은숙) 대표는 2009년부터 배다리에서 세 차례나 공간을 옮기면서 책방을 이어가며 여러 활동을 펼쳐 온 문화 기획자이기도 합니다. 기존 장소의 임차 계약이 끝나면서 떠나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26일 오후
골드몽릴게임 인천시 동구 배다리에서 책방 나비날다가 진행한 이사 프로젝트 ‘책나르샤’에 참가한 150여명의 참가자들이 줄지어 책을 옮기고 있다. 2026.3.2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번에도 배다리에서 배다리로, 기존 옛 동성한의원 건물에서 약 280m 떨어진 옛 충인쌀상회 건물로 책방
우주전함야마토게임 을 옮기기로 하면서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청산별곡은 애초 책방을 옮길 마땅한 장소가 없으면 배다리를 떠나기로 마음먹기도 했는데, 나비날다책방이 배다리에 남았으면 하는 마음들이 새로운 둥지로 연결되도록 도왔다고 합니다.
청산별곡, 스페이스빔 민운기 대표, 똑똑도서관 김승수 관장, 모씨네사회적협동조합 라정민 씨가 머
바다이야기릴게임2 리를 맞대고 이사 프로젝트를 짰습니다. 애초 100명을 모집해 ‘인간 띠 잇기’를 할 계획이었는데, 이날 150명이 모였습니다. 제주, 파주에서도 왔습니다. 프로젝트 기획자 중 한 명인 김승수 똑똑도서관 관장의 강의를 듣는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학생들도 40명가량 찾아 큰 힘이 됐습니다. 배다리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책을 좋아해서, 책방을 좋아해서 모인 사람들입니다.
100명이었으면 책방과 책방을 연결하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이날 150명이 일렬로 늘어서니 딱 맞더군요. 저도 2시간 동안 ‘책 나르샤’에 동참하고 기사를 썼습니다.
26일 오후 인천시 동구 배다리에서 책방 나비날다가 진행한 이사 프로젝트 ‘책나르샤’에 참가한 150여명의 참가자들이 줄지어 책을 옮기고 있다. 2026.3.2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기사에서 다 풀지 못한 이야기를 풀어 볼까 합니다.
‘책 나르샤’ 이사꾼들이 옛 동성한의원부터 새 책방인 옛 충인쌀상회까지 줄을 서기까지만 20분 정도 소요됐습니다. 첫 책을 기다리는 이사꾼들의 표정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초반에는 한 권씩 손에서 손으로 날랐습니다. 제 옆에 선 이사꾼은 책 애호가이면서 작가였습니다. 간간히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책을 날랐습니다.
‘인간 컨베이어’라는 표현을 앞선 기사에 썼는데, 인간을 기계에 비유하는 인간미 없는 표현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은 이날 현장에서 이사꾼들이 실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한 이야기를 인용한 겁니다. 2시간 넘게 책을 나른다는 게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을 텐데, 이처럼 이사꾼들은 유쾌하게 담소를 나누며 힘든 기색을 내비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말을 듣고 ‘인간미 넘치는 컨베이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이사꾼은 ‘책 나르샤’ 오픈채팅방에 이런 소감을 남겼습니다.
“곳곳에서 날아든 나비들의 ‘책 나르샤’. 내 손에 머문 책의 무게는 연대의 하중, 앞사람의 다정함과 뒷사람의 설렘이었다. 오늘 배다리는 책으로 엮은 하나의 거대한 시집이 되었다. 그들 모두는 가장 아름다운 한 행의 문장으로 빛났다.”
나비날다책방이 품은 1만권의 책 한 권 한 권이 150명의 손으로 연결됐습니다. 앞으로 나비날다책방에서 사는 책은 150명의 온기가 묻은 ‘새 책’입니다. 이사꾼들은 “감동이다”, “기적이다”라고 감탄하며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했음을 실감했습니다. 이사꾼들을 위한 각종 먹거리 후원도 이어졌습니다. 이 연대감은 아주 오래 지속될 것 같습니다.
인천 배다리는 헌책방거리로, 또 각종 공방과 문화 공간이 모인 거리로, 또는 소위 ‘레트로한 감성’으로 뮤직비디오 등에 자주 등장하는 동네로 전국적 인지도가 있지만, 구도심은 구도심입니다. 평소 같았으면 한산해야 할 평일 오후 구도심에 150명이 인간 띠를 잇는 풍경을 만든 것은 공동체가 살아 있는 동네 책방을 가꾸고 돌보고 싶은 ‘마음들’입니다.
‘책 나르샤’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후 텅 빈 옛 나비날다책방. 책 1만 권이 꽂혀 있었다. 2026.3.26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저는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큰 시사점을 얻었습니다. 지역 축제를 기획하고 집행하는 지자체와 관련 예산을 편성하는 지방의회에서 ‘책 나르샤’ 프로젝트의 사례를 관심 있게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인천에서도 구도심에 사람을 불러 모은다면서 지자체 주최 각종 축제가 많이 열립니다. 그런데 정작 신경 쓰는 것은 축제의 주제와 내용이 아닌 ‘축하 공연’인 경우가 많습니다.
인천의 한 기초자치단체 담당 공무원에게 ‘유명 가수를 불러야만 축제에 사람이 모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유명 가수의 공연을 마련하면, 축제 전 날부터 해당 가수의 팬클럽 회원들이 공연장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 줄을 선다고 합니다. 이들은 그 가수를 따라다니면서 전국의 축제를 돈다고 합니다. 이들이 과연 축제의 주제나 내용, 그 장소를 기억할까요? 다시 찾을까요? 이처럼 인천 구도심에 단발성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면 과연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좋은 걸까요?
이날 배다리에 모인 시민 150명은 ‘책 나르샤’ 프로젝트를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저 또한 그런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이들은 자신이 직접 책을 나른 나비날다책방이 어떤 모습으로 새롭게 단장할지 궁금해 다시 배다리를 찾을 겁니다. 처음 배다리를 찾은 이들도 나비날다책방의 단골이 될 겁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사꾼들은 책 구매 시 10% 할인 혜택이 있습니다.) 작은 책방의 작은 기획이 150명과 배다리의 ‘관계 맺기’를 만들었습니다. 무엇이 배다리와 배다리 마을 사람들에게 더 좋은 걸까요? 진정한 지역 축제란 바로 이러한 프로젝트가 아닐까요?
늘상 해오던 축제를 고민 없이 지속하는 지자체에 지역과 시민의 ‘관계 맺기’에 대한 고민을 해볼 것을 권합니다. 중요한 건 지역을 아끼는 ‘마음들’을 모으고 펼치는 것이고, 이를 구체화하는 것이 바로 ‘기획력’입니다. 인천의 문화 정책이 ‘책 나르샤’의 기획력을 주목하길 바랍니다.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