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귬의 코스에 사용하는 다채로운 채소들. 계절의 맛을 담은 가장 신선한 채소를 고른다
비건 파인다이닝 ‘레귬’에서 채소는 온전한 주인공이다. 10여개의 디쉬가 이어지는 코스는 오롯이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해 완성한다. 소위 ‘메인'인 생선이나 육류는 물론이고, 유제품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허전함을 느낄 틈이 없다. 잎과 열매와 뿌리에서 이끌어낸 신맛, 단맛, 감칠맛 등 풍부한 맛의 향연이 펼쳐지는 덕분이다. 비건 레스토랑으로는 아시아 최초로 미쉐린 스타를 받은 파인다이닝 레귬의 성시우 셰프를 만났다. 그에게 채식은 대체식이 아닌 제1의
바다이야기다운로드 선택지다.
편식 없이 채소를 좋아하는 어린이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어린 시절이 궁금하다. 어머니가 고기나 유제품을 못 드셔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채소와 가깝게 지냈다. 어머니의 요리 솜씨가 뛰어난 덕분에 어릴 적부터 거부감 없이 채소를 잘 먹었다. 특히 시래기 무침을 좋아했는데, 그 식감이나 들기름 향의 고소함이 아직도 기억난다.
게임몰릴게임 또, 한번 먹은 반찬은 다음날 안 먹을 정도로 입이 좀 까다로웠는데, 덕분에 어머니께서 매끼 새로운 반찬을 해주셔서 다양한 채소요리를 먹을 수 있었다. 이때의 경험이 요리사가 된 이후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 채식 요리를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결과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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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서 고기, 버터, 계란, 우유의 빈자리를 어떻게 보완하는지 궁금하다.동물성 재료의 풍미를 일부러 구현하려고 하기보다는 식물성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집중한다.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하는 것이
야마토게임방법 한계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각 채소가 지닌 고유한 맛을 탐구하는 과정 자체가 즐겁게 느껴진다. 만약 이를 어렵다고 생각했다면, 비건 요리를 계속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채소가 지닌 다채로운 맛을 끌어내기 위한 레귬의 방법은.개인적으로 채소의 발효에서 오는 복합적인 풍미를 좋아한다. 발효에서 비롯되는 향과 맛은 여러 레이어(층)를 더해, 채
사이다쿨바다이야기게임 소 요리의 풍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예를 들어 견과류를 된장에 박아 한 달 정도 숙성시키면 깊은 감칠맛과 발효 풍미가 올라온다. 그 향은 치즈의 향과도 비슷해 파스타 디시를 마무리할 때 위에 갈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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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외의 영역에서도 지속가능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그 이유는. 채식이 가진 지속 가능한 가치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 식기도 천연 소재나 업사이클링 제품을 선택하게 됐다. 기물은 대부분 커피 콩 자루, 벼 껍질, 폐도자기 등의 소재를 활용한 것으로, 다양한 작가들과 협업해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다. 고객들이 식사하는 동안 이를 직접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일상에서 친환경적인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끼 식사에서 시작된 이 작은 변화가 언젠가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채식 등 지속가능한 미식 문화를 만들기 위해 계획 중인 것이 있다면. 지금은 우리 레스토랑 안에서 할 수 있는 규모로 실천하고 있지만, 레스토랑이 좀 더 자리를 잡으면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직접 농장을 운영하고, 미생물 음식물 분해기를 설치하는 것. 업장용 분해기는 크기가 거의 트럭 한 대만 해서 지금은 엄두를 내기 어렵다. 대신 음식물 쓰레기가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제로 웨이스트 레시피를 활용한 요리를 하고 있다. 농장에서 가져온 채소로 요리를 하고, 남은 것은 분해해서 다시 농장에서 퇴비로 사용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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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와도 같은 철학을 공유하는지 궁금하다. 농사를 돈벌이 이상으로, 예술로 생각하는 생산자들이 있다. 그런 생산자는 똑같은 모양의 똑같은 과일이더라도, 유기농을 고집한다. 제초제를 사용하면 몇 배의 수확을 거둘 수 있음에도, 힘든 과정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재배한 재료는 맛과 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
작물의 품질과 함께 지속적으로 공급이 가능한지도 고려한다. 농가를 방문해 작물을 직접 살펴보고 수확을 함께하며 생산자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 과정에서 생산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징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조리 방법을 고민하고, 고객에게 음식을 소개할 때도 그 부분에 중점을 둔다.
또, 팀원들이 요리를 준비하고 맛보면서 느낀 점이나 고객들의 반응을 생산자에게 전달한다. 이러한 소통을 계기로 고객은 일상에서도 그 채소를 소비할 수 있고, 수요가 늘어나면 결과적으로 농작물의 품질도 더욱 향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순수비건 요리만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을 오픈하기까지 현실적인 고민이 많았을 듯싶다.한국에서 채식이 대중화되지 않은 점이 고민이었다. 채식이 윤리적이고 환경 측면으로유익한 식단이라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특정 식이 제한이 있는 사람들이 소비하는 식단’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 맛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음식이 맛있다면 누구나 일상에서 채식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무엇보다 내 요리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그 가치를 알아보는 이들이 분명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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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이고 평범한 채소지만 레귬만의 터치로 특별하게 변신하는 채소가 있다면.강화도 농장에서 직접 수확해 온 순무를 사용한 요리를 선보인 적이 있다. 별다른 조리나 간을 하지 않아도 달콤하고 아삭한 맛이 매력적인 재료라 코스의 시작을 여는 한입 요리로 내놓았다. 익숙한 재료지만 조리 방식에 변화를 준 요리로는 토마토로 만든 수프가 있다. 일반적으로 ‘토마토수프’ 하면 토마토를 으깨거나 갈아 만든 붉고 걸쭉한 형태를 떠올리기 쉽다.
레귬에서는 토마토를 국물처럼 맑게 우려낸 뒤 허브 오일과 나물 가니쉬를 더해 색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 이 수프는 어머니 헌정 요리이기도 하다. 어머니께서 알레르기가 있어, 양식당에서 흔히 나오는 모닝빵이나 양송이수프도 드시지를 못했다. 유제품을 사용하지 않아 어머니께서도 드실 수 있는 수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고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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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귬에서 많은 손님을 만나며 특별하게 마음에 남은 순간이 있다면.식사를 마친 뒤 조용히 편지를 남기고 간 분이 기억에 남는다. ‘채 식은 늘 소수를 위한 식단이었기에 좋은 날 가족과 함께 기념하며 식사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없었는데 한국에 이런 레스토랑을 열어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그 편지를 읽었을 때 처음 이 레스토랑을 열게 된 이유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성시우의 요리 철학’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어느 하나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본질에 집중한 요리’. 채식에서는 ‘무엇을 더할 것인가’ 만큼이나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균형을 잃지 않는 선에서 채소가 가진 자연스러운 맛을 고스란히 전해드리고 싶다.
김은아 한경매거진 기자 una.kim@hankyung.com